라이프로그


2009/12/06 03:40

그런 늪이 있다면. 22살


 못된 아이를 늪에 처넣어서.
 수십개의 칼로 자근자근 조각을 낸 다음에.
 그 아이의 착하고 깨끗한, 뭐 완벽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.. 적당하게.
 적당히 착한 부분을 끄집어올려서 착한 아이로 ..
 누군가의 사랑을 받아 마땅하고, 누군가의 믿음과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고.
 자기 자신의 행복을 주장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그런 착한 아이로 만들어준다면 ..

 늪에 박혀서 굉장히 고통스럽더라도.
 결과적으로 그런 아이가 나온다면 ..
 나는 그 늪에 내 자신을 던져버릴까?

 주위를 파괴하고자 하는 본능이 어김없이 찾아왔다.
 나는 대체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싶은 걸까.
 결국 다들 '그래, 넌 진짜 못됐고 글러먹었어. 이기적인데다가 상종하기도 싫은 존재야. 난 이제 니가 싫어 '하고 말하면서
 나를 내팽겨치고 어디론가 떠나게끔 만들고 싶은걸까. 
 아니면,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옆에 남아있을만큼 너를 사랑하고. 너를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겠다고 말하는
 말도 안되는 판타지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.

 온 몸에 덮여있는 것 같은 진흙덩어리 .. 아니면 거머리 .. 오물찌꺼기.. 
 토할 것 같다.
 더럽다. 정말로.
 

2009/12/05 00:33

덜컹. 22살


 엄마가 이야기했다.
 니 나이때 남자친구 사귀어서, 오래 연애하고 결혼하는 커플은 거의 없어.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.
 나도 잘 알고 있어.  
 그리고, 남자친구랑 6,7년 오래 사귀어서 여자한테 득될 거 하나도 없어.
 (내가 지금 내 몸으로 장사하는 거야?)  

 너 아직도 걔랑 너랑 돈 반반씩 내니?
 아니, 지금은 아니야. 그 얘기가 갑자기 왜 나와?
 나는 널 이해할 수 있지만, 넌 엄말 이해하지 못할거야.
 이제 집에 데려오지마. 내 앞에서 걔 이름 절대 꺼내지마.
 엄만 걔 인정 못하겠다. 엄마 마음이니까, 고치라고 하지마.




 화가 나지도 않고, 슬프지도 않다. 상처입었지만, 더 이상 어떠한 말도 하고싶지 않다.
 그냥 여기까지구나 싶다. 수없이 많이 부딪히고, 다투고. 그러고서도 가족이라는 마력으로 사이가 허물어질 수 있었지만.
 그렇게 열심히 쌓아온 모래성이니만큼 참으로 쉽게 허물어진다.

 나는 절대로 가정을 이루고싶지않다.
 함께 웃고, 함께 울 수 있는만큼 가장 치명적으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게 가족이라는 존재니까.
 싫다. 어차피 스러질 일들로 이렇게 속이 욱신거려야하는 게 싫다. 왜 내가 저런 말을 들어야하는지도 모르겠다.
 제발 내가 정상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. 제발 나 좀 정상이라고 누가 말해줬으면 좋겠다. 
 난 진짜 제멋대로에 이상하고 못되먹은대다가 삐뚤어졌고 멍청해서 자꾸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
 그냥 상황이 그렇게 된 거고 굳이 누구의 잘못은 없는거라고 말 좀 해줬으면 좋겠다.
 왜 맨날 나만 못된 딸에 지 하고싶은대로 하고사는 자식에 .. 엄마의 미칠듯한 변덕스러움에 죽을만큼 휘둘려야하는건지.
 착한 딸, 엄마 말 잘 듣는 딸은 정말 가족과 딸 자신 둘 다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?

 질린다. 싫다.  
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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